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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네마

영화 '조커(Joker)' 후기

by 트루먼 2020. 9. 15.

타이틀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는 아픈 엄마를 모시고 힘겹게 살아가는 길거리 광대이다. 현실은 암울하지만, 그에게는 꿈이 있다. 그것은 사람들을 웃게 해주고, 즐겁게 해주는 코미디언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농담에 어느 누구도 웃어주지 않는다.

세상은 유독 그에게 모질다. 광대 분장을 한 아서가 광고판을 들고 길에 서 있으면, 동네 양아치들은 그걸 훔쳐 도망친다. 그들을 쫓아가면 오히려 그들에게 구타를 당해 돌아온다. 아서가 머물고 있는 도시 '고담'은 실업과 경제난으로 인해 혼란만 가득한 곳이다. 회사 동료들 조차 아서를 걱정해 주거나 믿어주지 않는다. 어떤날은 버스에서 눈이 마주친 한 아이를 그가 웃겨주려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놀아주었는데 아이 엄마는 오히려 그를 경멸하듯이 노려본다. 그 상황이 어이가 없었는지, 웃겼는지 아서는 웃음을 멈추지 못한다. 그의 웃음은 어딘지 모르게 슬프고, 외롭다. 그를 배척하는 사람들... 그러나 그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만 싶다.

본문 포스터 이미지

어느날, 한 눈에 보기에도 부유한 젊은 남성들이 술에 취한 채 지하철에서 한 여성을 희롱하다가 그녀가 자리를 뜨자 그 분을 아서에게 풀기 시작한다. 그 순간 아서는 우발적으로 주머니에 있던 총을 꺼내 쏘기 시작한다. 그들을 죽이고 사람이 드나들것 같지 않은 으슥한 화장실에 몸을 피한 아서... 그런데 그의 상태가 조금 이상하다. 사람을 죽였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던 것도 잠시, 그는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는 이 사건을 통해 오히려 알 수 없는 만족감에 충만한듯 하다. 그의 숨겨져 있던 내면의 또 다른 모습이 드러나게 된 것일까.

약자로서 짓밟힌 삶을 살아가다가 우연히 어떠한 사건을 통해 자신의 숨겨진 힘을 깨닫고 각성해 세상을 위해 싸우는 성장 스토리는 히어로무비의 흔한 기승전결이다. 하지만 영화 '조커'는 히어로가 아닌 빌런의 기원을 그린다. 숨겨진 악의 탄생을 그린 것이다.

코믹북 원작에서도 조커의 죽음은 워낙 다양하고, 일정 부분 미스터리에 싸여있다. 게다가 그는 다중인격의 소유자라서 자기 스스로에 대해서도 매번 다르게 표현하기도 한다. 그 이유에서인지 영화 '조커'는 딱딱한 하나의 틀을 따를 필요가 없다. 이 영화 속 조커는 토드 필립스 감독과 호아킨 피닉스의 영화적 해석이 풍부하게 반영된 창작물이자 결과물이다.

본문에 사용되는 이미지

지난날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를 포기하고 DC의 빌런을 선택한 호아킨 피닉스는 아서가 조커로 변하기 전에 "영양실조 상태의 늑대처럼" 보이길 바려며 실제로 23kg을 감략하기도 했다. 그의 목표는 과거 조커를 연기했던 잭 니콜슨, 故 히스레저 등을 의식하지 않는 것이었다. 인물의 감정에 심취한 호아킨 피닉스는 촬영중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탄생한 명장면들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예를들면, 아서가 고요하게 냉장고로 들어가는 신이나 지하철 화장실에서 춤을 추는 장면 같은 것들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조커의 '웃음'이다. 아서로 살아가던 중반부까지 그의 웃음은 거짓이다. 웃음에 기쁨이 없고, 고통스러울 뿐이다. 상황에 맞지 않는 맹락없는 웃음들은 그의 질병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가 사회에서 위축된 한 인간으로서 사람들의 재미없는 농담에 웃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가 조커로서 다시 태어나 광기를 표출하며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 후, 그는 진정으로 웃을 수 있게 된다.

이제거의다 끝나감

이처럼 변화되는 과정은 영화 초반과 후반에 계단을 오르내리는 그의 발걸음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영화 초반 아서가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장면이 있다. 그때 그의 모습은 마치 그의 발을 중력이 강하게 끌어당기는 것처럼 무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훗날 조커가 된 그는 이 계단을 깃털처럼 가볍게, 우아하게, 경쾌하게 내려온다. 영화는 세상의 주목을 받고 민중의 영웅으로 환호받기 시작한 조커의 흥분되는 기분과 감정을 이렇게 힘찬 발검을으로 연결 짓는다.

대체로 배우들은 이처럼 내면이 어둡고 파괴적인 역할을 맡으면 에너지가 고갈된다고 한다. 하지만 호아킨 피닉스는 오히려 조커를 연기하며 충만함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스스로 약자에서 강자로 변모되는 진짜 조커가 되어 연기가 아닌 실제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 '조커'는 아서와 관객의 감정적 공감과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많은 힘을 쏟은 것 같다. 그것은 훌륭한 선택이었고, 적중했다고 보여진다. 이 영화를 보기전 다른 사람들의 "다큐 형식의 영화이다"라는 평을 들었을 때 사실 많은 기대를 하고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국 호아킨 피닉스의 숨막히는 연기와 영화에서 표현되어지는 수 많은 연출들이 나를 이 영화에 매료되게 만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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