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원인불명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의 공격에 통제 불능에 빠진 도시 속 여느날과 다름 없이 느지막이 잠에서 깨어나 가족과의 연락이 끊긴채 '준우(유아인)'는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고립된 것을 깨닫게 된다.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모든 것이 끊긴 채 고립된 상황에 문밖으로 한발자국만 나가도 죽게 될 것이라는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연락이 두절된 가족에 이어 최소한의 식량마저 바닥이 나자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진 '준우'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데 그 순간 건너편 아파트에서 누군가 시그널을 보내오기 시작한다. 또 다른 생존자 '유빈(박신혜)'이 아직 살아있음을 알게 된 '준우'는 함께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홀로 생존해야 한다는 설정으로 영화적 긴장감과 현실적 공감대를 동시에 자극한다. 여기에 데이터, 와이파이가 의식주만큼 중요한 필수요소가 되어버린 2020년, 단순한 물리적 고립뿐 아니라 디지털의 완전한 단절이라는 참신한 설정이 더해져 차별화된 재미를 만들어낸다.
참신한 재미
<살아있다>는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인물이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단절된 채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에 고립되어 생존해나가는 방식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잠에서 깨어나보니 통제 불능이 되어 버린 도시에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당화하는 주인공은 연락이 닿지 않는 가족 걱정에 안절부절 못하며 그야말로 패닉에 빠져버리는 모습은 지극히 평범한 한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주인공은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지쳐가지만 이내 조금씩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남은 음식을 날짜 별로 소분해서 보관하지만 집안에 들이닥친 정체불명 존재로 인해 잃게 되고, 아날로그식으로 라디오 주파수를 찾으려 애써보지만 결정적 장비에서 가로막히는 등 어설프게 생존을 도모해나가는 주인공은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짠한 웃음을 자아낸다.
반면, 그런 주인공 앞에 나타난 또 다른 생존자 여주인공은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한 계획하에 생존 전략을 짜는 대담하고 침착한 모습으로 남주인공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정체불명 존재들이 침입할 것을 대비해 산악 캠핑 용품으로 자신만의 요새를 만들고, 어떠한 공격에도 방어할 수 있도록 무기를 구성하는 치밀함까지 갖춘 여주인공은 남주인공과 반대로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아파트 맞은편에 살아남은 서로의 존재를 알게된 둘은 함께 살아남기 위해 힘을 합치기 시작한다. 성격과 스타일은 다르지만 생존에 대한 절박함과 의지만은 하나 같은 두 인물의 고군분투는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긴장과 재미를 선사한다.
가장 일상적인 공간
영화의 주 공간이 되는 아파트 단지를 사실적이면서도 새롭게 그려내기 위해 제작진은 3개월에 걸쳐 1천 평 부지에 아파트 단지 세트를 제작했다. 수많은 아파트들을 직접 가서 보고 실측하며 리얼리티를 살리는데 주력하면서도 공간 자체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 되는 만큼 <살아있다>만의 아파트 구조와 형태를 보여 줄 수 있는 세트 디자인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 과정을 통해 완성된 '준와'와 '유빈'의 아파트는 남향으로 일괄 정렬된 판상형 아파트가 아닌 두 생존자가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마주보는 형태로 완성했으며, 복도 구조는 숨어있게 용이하면서도 언제 어떻게 위협이 닥칠지 모를 형태로 제작해 영화적 재미와 긴장도를 높이는데 힘썼다.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언제, 어떻게 들이닥칠지 모를 몰아치는 답답함과 공포감을 극대화하면서도 '준우'와 '유빈'이 탈출구로 향하는 연결 통로로 드라마틱한 쾌감을 자아낸다. 여기에 컬러가 배제된 아파트 외간, 직선형 건물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의 콘트라스트, 자동타의 브레이크등과 비상 전력등에서 쏟아지는 붉은빛이 더해져 일상이 깨진 낯설고 고립된 상황을 고스란히 표현된 아파트의 공간의 모습을 잘 표현하여 관객의 몰입감을 한층 더 높였다.
차별화된 몰입감
알 수 없는 이유로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정체불명의 존재들은 기존 영화에서 봐왔던 좀비의 성향을 언뜻 닮아 있지만 사람이었을 당시의 직업, 성격적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영화들과 차이점을 지닌다. 때문에 학생, 주부, 경비원, 경찰, 소방수 등 각자 생전에 체화된 습관과 특기로 사람들을 위협하고 시각, 후각, 청각이 둔화되지 않는다는 설정으로 극적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또한 현대 무용가인 예효승 안무가의 손길로 탄생한 정체불명 존재들의 몸동작은 근육이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거부하고 저항하는 느낌을 장조해 한층 독특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형태로 완성되었다. 이를 위해 실제 현대 무용, 발레를 비롯한 각종 스포츠 등에 경험이 있는 배우들을 캐틱하여 무용에 기초를 둔 근육 사용 방법부터 호흡범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트레이닝 과정을 거쳤다.
이렇듯 오랜 고민과 노력 끝에 완성된 정체불명 존재들의 활약은 한층 강렬하고, 신선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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